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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문학치료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을 책으로 쓰면, 아마 소설 몇 권은 될 거다.”

한 많은 인생의 굴곡을 넘겨온 우리 부모님들이 잠시 앉아 지나온 삶의 상념에 젖어들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 아니라 젊은 누구라도 어디 인생에 고단하고 힘들었던 한 시기가 없었으랴. 그럴 때마다소설처럼 인생을 살아왔다는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우리네 삶을 위로해주, 소설이나 대하드라마 속 주인공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다. 삶은 문학이고, 문학은 인생이다.하지만 인생은 고통을 동반하고, 고통은 치유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우리네 삶은 문학 작품 속 서사구조와도 같은 구조를 이미 스스로 갖고 있다. 문학치료의 기본 원리는 이러한 삶의 구조와 문학작품 속 기본원리를 이용해 우리네 삶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학치료의 역사와 유래

심리적 건강과 관련하여 문학의 치유적 힘을 최초로 빌린 이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다. 그들은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갔지만 정신적 고통이 있을 경우 아폴로 신전에 가서 빌었다. 치료법으로서의 읽기와 쓰기는 약물이나 외과 의학과 함께 치료법의 중요한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으며, 위로 편지, 신앙 고백, 명상록 등이 영혼을 정화시키고 힘을 북돋는데 도움을 준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도서관을영혼의 의학으로 보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대표적인 저서시학에서 문학작품을 통한 예술적인 정화작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절대적인 이데아(Idea) 세계를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감정을 완전히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플라톤과 달리, 감정을 적당히 보유하는 것이 삶의 미덕이고 선()이라고 말했다. 다만분노와 공포, 혹은 열광적인 광기 같은 감정들이 우리 내부에 너무 많이 차 있을 경우에는 이것을 적당한 평정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음악이나 문학, 기타 적절한 방법으로 카타르시스(Katharsis)를 행하여 우리들의 영혼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렇게 문학은 아주 오래 전부터 미술, 음악, 연극 등 기타 다른 예술매체들과 더불어 인간의 감정을 정화하고 순화시키는 정신 치료적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문학이 갖는 치유력과 그 과정

문학작품 속에는 그 작품을 쓰는 작가와 그 작품을 이루고 있는 등장인물과 사건, 그리고 서사구조가 펼쳐지는 작품의 배경이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 자기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자신이 체험했던 삶의 희로애락을 녹여낸다. 등장인물이 온갖 고통과 질곡 속에서도 삶을 이겨내고 극복해나가는 지혜가 기승전결에 입각한 서사구조를 통해 펼쳐진다.

문학작품에는 이렇게 글쓴이의 무의식적 욕망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문학치료는 이것을 질병 치유에 활용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그 동안 말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만 묻어둔 상처와 아픔들을 해소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또 자신이 쓴 글을 통해 드러난 자신의 문제들을 스스로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스스로 해결하고 통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문학치료사는 환자가 자기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문학치료적 도구를 제공하고 통찰의 단서들을 던져주는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는 스스로 자기 텍스트를 인식하고 해석해 나가며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치유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Tip.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문학치료기법

1. 책 읽기 :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각종 시∙수필∙소설∙동화 등을 읽으며, 문학작품 속 등장인물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며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통찰하는 기회를 갖는다.

 

2. 시 쓰기 : 감정을 정화시키고 순화하는 데 시 쓰기처럼 좋은 건 없다. 시를 쓴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말고,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과 상황들을 은유적인 단어들로 표현해 보자. 표현한 단어들을 연결해 자유롭게 시를 쓰거나, 가족과 함께 공동으로 시를 쓰는 것(한 단어 한 단어씩 교대로 쓰기 & 한 행씩 교대로 쓰기)도 관계성을 증진시키는데 바람직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하이쿠(575)를 쓰며 짧고 은유적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3. 산문적 글쓰기

1) 동화∙소설∙수필 이어 쓰기 : 동화나 소설의 도입부문까지만 읽고 뒷이야기를 자유롭게 써본다. 글과 함께 그림도 그리며 이어가다 보면 그 속에 드러나는 자기 삶의 태도와 문제해결과정 등을 치유적으로 통찰해 볼 수 있다.

2) 악마의 사전 : 자기가 싫어하고 쉽게 화합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악마적 정의를 내리며 카타르시스를 느껴 본다. 하지만 뒷장에그럼에도 불구하고그 사람이 갖고 있는 좋은 면을천사의 사전에 적으면 타인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악마적 사전이란? : 모든 것을 비뚤게 바라보면 그동안의 도덕적이고 평범한 가치를 뒤집어 솔직한 감정과 정서를 드러낼 수 있다. 예를 들어기부하다란 단어를 악마적 사전에서 살펴보면 정신이 혼미하여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다또는부자들이 어차피 떼일 돈을 일부 저축하다등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4. 일기쓰기 : 매일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5. 문학치료사와 함께 하는 통합문학치료과정 : 혼자서 하는 일상에서의 간단한 문학치료 활동을 넘어 문학, 미술, 음악, 동작, 드라마 기법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이다. 암환자와 보호자들이 질병과 동반된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 고희선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전문문학치료사

한양대 간호학과 졸업 후 간호사와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다 문학치료학에 매료돼 경북대 문학치료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현재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에서 다양한 환자들에게 문학적 치유의 힘을 전하고 있다. 저서에는 <말하는 소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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