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종‧실로폰 박자 맞춰 두드리며 음악치료

기사승인 [564호] 2017.04.07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 [창간기획]‘백세총명 가족교실’에선 무슨 일이…

  
▲ 지난 3월 24일 명지병원 ‘제2회 백세총명 가족교실’에 참여한 치매 환자들이 이소영 예술치유센터장의 지휘 아래 노래에 맞춰 소고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밑그림 색칠하며 미술치료도… 처음엔 힘들어하다 활짝 웃음
보호자들은 따로 그룹 상담… 고충 털어놓으며 스트레스 해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명지병원 VIP 병동에서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끌려 들어가 보니 치매 환자 20여명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박자에 맞춰 종소리를 울리기도 하고, 소고를 연주하며 활짝 웃기도 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장소에서는 치매 환자 보호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둥그렇게 모여 앉아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생기는 고충을 토로하고 치매 질환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으며 간병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치매 유병률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약 72만5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치매는 환자 본인보다 옆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더 괴롭고 힘든 병이다. 치매 환자는 병이 진행되면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 가족은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의 저하, 성격변화 등의 다양한 증상을 직접 경험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 보호자의 절반 정도가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그 고통은 매우 크다.

이같은 치매 보호자의 고충을 보듬어주기 위해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은 매년 ‘백세총명 가족교실’을 열어 치매 예방 및 극복을 위한 가족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매 환자는 가족의 헤아림으로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가족들은 병원의 헤아림으로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기자는 지난 3월 24일 치매 환자를 위한 다양한 예술치료와 보호자들의 스트레스 치료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올해 2번째로 열린 ‘백세총명 가족교실’을 방문했다. 배우자, 자식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치매 환자들은 음악과 미술을 접한다는 소리에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이었다.

◇노래 부르고 색칠하는 ‘예술치료’
환자와 보호자들은 잠시 따로 떨어져 그룹별로 집단 치료를 시행했다. 먼저 1부에는 치매 환자들의 음악치료가 시작됐다. 음악치료는 도입부, 본활동, 마무리활동 등 3단계로 구성돼 총 50분에 걸쳐 진행됐다.
이소영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의 지휘 아래 기도실 안에 착석한 환자들은 굿거리장단의 민요풍 노래를 부르며 참여한 환자들과 악수를 하면서 친밀감을 쌓은 후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박수를 치고 춤을 추며 흥겨운 모습이었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노래와 관련된 좋은 기억을 서로에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교수가 한 환자에게 “고향은 어디세요?”라고 묻자 “이북이다. 너무 오랫동안 가보지 못해 그립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종과 실로폰, 소고 등을 이용해 노래 박자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는 게임이 시작됐다. 파란색, 빨간색, 주황색 색깔의 종과 실로폰을 든 환자들은 가사지에 표시된 색깔과 같은 자신의 악기를 박자에 맞춰 연주해야 했다. 처음에는 어려워하던 어르신들이 몇 번의 실패 후 반복된 연습으로 적응하더니 이내 활짝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이외에도 소고를 이용해 본인의 악기와 옆 사람의 악기를 박자에 맞춰 번갈아 치는 게임을 했다.

이 교수는 “음악치료는 우울증 해소와 정서적 안정감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정서적인 지지 효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수행능력도 향상시켜 환자의 삶을 개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부에 진행된 미술치료에서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신사임당의 ‘초충도’ 병풍을 만들었다. 종이 뒤에 풀을 발라 붙여 병풍 배경을 만든 다음 스케치 된 밑그림 위에 색연필로 색칠하는 식이었다.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생각이나 느낌을 미술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내면의 욕구와 동기를 표출하도록 돕는 것이다.
김상분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미술치료사는 “미술치료는 소근육 발달은 물론 색칠을 하면서 인지기능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작품을 다 만든 뒤에는 집에 전시를 함으로써 자존감과 자아성취감까지 높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치매환자 보호자, 고충 공유
같은 시간, 옆방에서는 치매환자 보호자와 김영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그룹치료를 진행했다. 배우자부터 자식, 손주까지 구성원은 다양했다. 이들은 치매환자를 돌보면서 힘든 점들을 공유하며 서로 간의 동지애를 느끼고 전문의로부터 조언을 들으며 전문지식을 쌓았다.
안재홍 어르신은 “아내는 치매약을 먹일 때마다 독약을 먹이는 게 아니냐고 화를 낸다”면서 “매일 몇 번이고 날짜를 묻고 길 또한 잘 찾지 못해 함께 다녀야 해서 지친다”고 말했다.
서봉순 어르신 또한 “남편은 치매와 함께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밖에서는 휠체어를 타야해 일거수일투족을 내가 함께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내 나이도 80이다. 신발을 신길 때, 목욕할 때, 차에 옮길 때마다 나 또한 허리를 구부리고 힘을 써야 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 교수는 “요즘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 중에는 배우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심각한 지병을 갖고 있는 배우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경우도 흔하고, 치매 환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도저히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때문에 보호자 자신이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데이케어센터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치매센터를 이용하는 등 보호자들도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환자와 보호자들은 “너무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보호자는 “일상생활에서 자발적으로 치매 예방법을 실천하고 대처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됐다”면서 “다음에는 백세총명학교에도 지원해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명지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백세총명학교는 경도인지장애, 초기치매로 진단받은 고양시 덕양구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두 달간 16회에 걸쳐 인지훈련, 예술치료를 제공해 치매를 예방하고 노후생활에 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백세총명학교를 수료하면 수료생 자조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아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이소영 교수는 “백세총명학교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욕구와 필요성에 기반을 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만족도 결과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7점이 나왔을 만큼 참여하는 많은 노인과 가족들이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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